【요약문(Executive Summary)】
2026년 1월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기본법으로, AI를 활용하거나 AI 기능을 서비스에 포함하고 있는 SaaS 기업 전반에 직접적인 정책·제도적 영향을 미치는 법령이다.
본 법은 단순히 AI 기술의 개발을 제한하거나 규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면서 사회적 신뢰와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기술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데 그 핵심 취지가 있다.
특히 SaaS 기업의 관점에서 본 법은 “AI를 쓰면 규제 대상이 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AI를 쓰는 기업은 책임 있는 운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한 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SaaS 기업은 자동화 기능, 추천·분류 기능, 생성형 AI 기능 등을 활용하면서도 이를 일반 소프트웨어 기능의 연장선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AI 기본법 시행 이후에는 이러한 기능이 단순 기능을 넘어 ‘인공지능 시스템’으로서 관리·운영·설명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사회적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분류되어 추가적인 관리 체계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본 문서는 AI 기본법의 주요 내용을 단순히 조문 중심으로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SaaS 기업이 실제로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경영·기술·운영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인지를 중심으로 정리한 SaaS 전환지원센터의 정책·제도 자체 분석 자료이다.
Ⅰ. 법 제정의 배경과 정책적 맥락
AI 기본법은 글로벌 AI 기술 경쟁 심화,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 그리고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 속에서 제정되었다.
EU는 이미 AI Act를 통해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였고, 미국·일본·중국 역시 각기 다른 방식으로 AI 기술의 활용과 책임 구조에 대한 정책적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 역시 AI를 미래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기술 활용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AI 기본법을 통해 국가 차원의 기본 원칙과 관리 체계를 설정한 것이다.
특히 본 법은 개별 기술이나 알고리즘을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하는 주체(기업·기관)의 책임과 관리 체계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기존 ICT 관련 법령과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다.
이는 SaaS 기업에게 기술을 어떻게 구현했는가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책임 구조 아래 운영하고 있는가 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Ⅱ. 법의 목적과 기본 원칙 해설
AI 기본법은 크게 세 가지 목적을 가진다.
첫째, 인공지능 산업의 건전한 발전 촉진
둘째,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신뢰 확보
셋째, 국민의 권익과 기본권 보호
이를 위해 법은 AI 기술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으로 안전성, 투명성, 설명 가능성, 책임성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공지능의 판단·결과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향후 SaaS 서비스의 기획, 약관 구성, 고객 대응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Ⅲ. 주요 용어와 적용 범위 – SaaS 관점 해석
1. 인공지능시스템
AI 기본법에서 말하는 인공지능시스템은 단일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처리·학습·결과 도출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 구조를 의미한다.
따라서 SaaS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에 [예측/추천/분류/생성 기능]중 하나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해당 서비스는 AI 시스템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2. 고영향 인공지능
고영향 인공지능이란 개인의 권리, 사회 질서, 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법은 고영향 여부를 정부가 일괄적으로 지정하기보다는, 사업자가 스스로 검토·판단하도록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SaaS 기업이 해당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향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Ⅳ. SaaS 기업에 미치는 핵심 영향 5가지
영향 1. AI 기능에 대한 내부 정의 정리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전제가 된다
AI 기본법 환경에서 SaaS 기업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변화는 “우리 서비스에 AI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포괄적인 표현이나 마케팅 관점의 설명만으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법·제도 대응이 어렵다.
AI 기본법은 기술을 직접 개발했는지 여부보다는,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AI가 판단이나 추천,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지를 기준으로 본다. 이 때문에 SaaS 기업은 서비스 전반을 기능 단위로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단순 자동화인지, 규칙 기반 로직인지, 학습된 모델이 개입하는지에 따라 적용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AI API나 SaaS형 AI 서비스를 연동해 사용하는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내부에서 개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AI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서비스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기업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 과정에서 개발 조직과 기획·사업 조직 사이의 인식 차이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기술적으로는 단순 모델 활용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더라도, 사용자 관점에서는 AI 기반 판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극을 정리하지 않으면 외부 대응 과정에서 설명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AI 기본법은 SaaS 기업에게 AI 도입 여부보다, AI를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하고 있는 기업인가를 묻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영향 2. 고영향 AI 해당성 검토 프로세스 필요
많은 SaaS 기업은 자사 서비스가 고영향 AI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그 선에서 대응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제도적 관점에서 보면, 결론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검토 과정이다.
AI 기본법 체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영향 AI가 아니다”라는 주장 자체보다, 해당 판단을 어떤 기준으로, 어떤 시점에, 누가 검토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리스크가 된다.
특히 SaaS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기능이 추가되고 고도화된다. 초기에는 단순 분석 기능이었던 요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추천이나 자동 판단 기능으로 확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고영향 AI 해당성 검토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사후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방어 논리를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SaaS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 판단을 내부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검토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기능을 대상으로 판단했는지, 당시 법령과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록은 단순 규제 대응 문서가 아니라, 향후 외부 감사나 공공사업 참여, 대기업 협업 과정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근거 자료로 작동할 수 있다.
영향 3. 기술 중심이 아닌 운영 중심의 관리 요구
AI 기본법이 강조하는 지점은 기술의 우수성이나 모델 성능이 아니다. 오히려 AI가 포함된 서비스를 누가 책임지고 운영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가 핵심이다.
이로 인해 SaaS 기업은 기술 기업이면서 동시에 AI 서비스 운영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게 된다. 단순히 “기술은 잘 만든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AI 관련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AI 기능에서 오류나 편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인지하고 조치하는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 고객 문의나 이의 제기에 대해 기술팀만의 문제로 넘길 수 있는 구조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운영, 고객 대응, 법·정책 관점이 함께 연결된 대응 체계가 필요해진다.
또한 외부 AI 솔루션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관리 책임은 SaaS 기업에 귀속된다. 외부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책임을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AI 기본법은 기술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서비스 제공자를 중심으로 책임을 설정하고 있다.
영향 4. 고객 고지 및 설명 체계 정비 필요
AI 기본법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AI의 개입 여부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SaaS 기업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많은 SaaS 서비스는 AI를 차별화 요소로 강조하면서도, 실제 서비스 안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약관, 서비스 안내, FAQ 등 다양한 접점에서 AI 관련 설명이 요구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자동화된 판단이나 추천 결과가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해당 결과가 AI에 기반한 것인지 여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사용자 오해를 줄이고 분쟁을 예방하는 수단이 된다.
AI 결과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가지거나, 반대로 불신이 쌓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SaaS 기업은 AI의 역할과 한계를 설명하는 구조를 점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영향 5. 공공·대기업 거래 시 사실상 필수 요건화 가능성
AI 기본법의 직접적인 제재보다 SaaS 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시장에서의 요구 변화다. 특히 공공부문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AI 관리 체계에 대한 요구가 거래 조건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조달이나 정부 사업의 경우, AI 활용 서비스에 대해 관리 체계 보유 여부를 묻는 항목이 제안요청서나 평가 기준에 포함될 여지가 크다. 대기업과의 협업에서도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유사한 요구가 제시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수준이 비슷한 SaaS 기업이라 하더라도, AI 관련 내부 정리와 관리 체계를 갖춘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AI 기본법 대응 수준은 단순한 법 준수 여부를 넘어, 사업 기회와 직결되는 요소가 된다.
Ⅴ. SaaS 기업 실무 체크리스트 7
1. 서비스 내 AI 기능 목록화
AI 기본법 대응의 출발점은 자사 서비스 안에 어떤 AI 기능이 존재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단순히 “AI를 사용한다”는 선언을 넘어서, 실제 서비스 구성 요소를 기능 단위로 나열하는 데서 시작된다.
서비스 화면에 직접 노출되는 기능뿐 아니라, 백엔드에서 작동하는 추천, 분류, 자동 판단 로직까지 포함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부 AI API나 SaaS형 AI 서비스를 연동해 사용하는 경우, 내부 개발 여부와 관계없이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목록은 향후 고영향 AI 해당성 검토, 고객 고지 문구 작성, 공공·대기업 대응 과정에서 기준 문서로 활용될 수 있다. 한 번에 완벽하게 만들기보다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정리하고 이후 기능 추가 시 갱신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다.
2. 기능별 영향도 평가의 문서화
AI 기능을 목록화했다면, 각 기능이 사용자와 서비스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간단히라도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정교한 기술 분석이 아니라, 해당 기능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예를 들어 단순 참고용 추천인지, 사용자의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판단인지, 또는 자동으로 결과를 확정하는 기능인지에 따라 영향도는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향후 고영향 AI 판단이나 고객 설명 범위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영향도 평가는 내부 공유용 문서 형태로 정리해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외부 제출용 자료가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 판단 기준을 남겨두는 것 자체가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
3. 고영향 AI 해당성 검토 기록 유지
자사 서비스가 고영향 AI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판단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록은 단순한 결과 보고가 아니라, 검토했다는 사실과 당시의 판단 근거를 정리한 자료에 가깝다.
검토 대상 기능, 적용한 기준, 판단 시점의 법령·가이드라인 해석 등을 간단히라도 정리해 두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법적 해석이 아니라, 합리적인 검토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록은 시간이 지나 법령이나 해석이 바뀌었을 때도 유용하다. 당시 기준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고영향 AI 검토 기록은 사후 리스크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동한다.
4. AI 운영 책임자 및 내부 역할 정리
AI 기본법 환경에서는 “누가 책임지는가”가 반복적으로 질문된다. 따라서 SaaS 기업 내부에서도 AI 관련 사항을 총괄하거나 조율하는 역할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반드시 전담 조직이나 별도 직위를 신설할 필요는 없다. 기존 조직 내에서 AI 관련 이슈를 담당하는 책임자를 지정하고, 그 역할과 범위를 내부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이 책임자는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고객 문의, 내부 보고, 외부 대응 과정에서 연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책임 주체가 명확할수록, 문제 발생 시 대응 속도와 일관성이 높아진다.
5. 오류·사고 발생 시 대응 프로세스 정리
AI 기능은 오류나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오류 자체보다,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다.
이에 따라 SaaS 기업은 AI 관련 오류나 사고 발생 시의 기본적인 대응 흐름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문제 인지, 내부 공유, 조치 여부 판단, 고객 안내, 사후 개선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간단히라도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실제로 자주 활용되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기업의 관리 체계를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6. 이용자 고지 및 설명 문구 점검
AI 기능이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다면, 이용자에게 어떤 수준까지 설명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약관, 서비스 소개 페이지, FAQ 등 다양한 접점에서 AI 관련 설명이 흩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단계에서는 모든 내용을 새로 작성하기보다, 기존 문구 중 AI와 관련된 표현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AI가 관여하는 기능의 범위, 결과의 성격, 한계 등에 대해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문구를 다듬는 것이 핵심이다.
이용자 고지는 규제 대응 수단이면서 동시에 서비스 신뢰도를 관리하는 도구다. 명확한 설명은 분쟁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도 함께 가진다.'
7. 정기 점검 및 개선 체계 마련
AI 기본법 대응은 일회성 작업으로 끝나기 어렵다. 서비스 구조와 기능은 계속 변화하고, 법·제도 해석 역시 점진적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AI 기능 목록, 영향도 평가, 고영향 AI 검토 기록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분기 또는 반기 단위의 내부 점검만으로도 충분한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점검은 새로운 규제 대응을 위한 부담이라기보다, 서비스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는 내부 관리 활동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조직 내 AI 거버넌스의 기초로 작동할 수 있다.
Ⅵ. 센터 관점 분석 – 현장에서 반복되는 오해
SaaS 전환지원센터가 기업 상담과 컨설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인식들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특정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비교적 폭넓게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AI 기본법 환경과 점점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대표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다.
“AI는 서비스 기능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식은 지금까지의 기술 규제 환경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AI 기본법이 전제하고 있는 규제 구조를 고려하면, 더 이상 안전한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AI 회사가 아니다’라는 인식의 한계
많은 기업은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지 않거나, 핵심 사업이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AI 기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특히 SaaS 기업의 경우, AI는 부가 기능이거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요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인식이 더욱 강하다. 그러나 AI 기본법은 기업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AI를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는지, 기술 기업인지 여부는 법 적용의 핵심 기준이 아니다. 오히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AI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즉, AI를 ‘사업의 중심’으로 두고 있는 기업만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기업 역시 규제 논의의 대상이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AI 회사가 아니다”라는 인식은 제도 환경과 어긋나기 시작한다.
규제가 본격화되면 그때 대응하겠다는 판단 역시 현장에서 자주 관찰된다. AI 기본법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세부 가이드라인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판단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응에 필요한 준비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기능 목록화, 내부 검토 기록 정리, 운영 책임 구조 설정 등은 규제가 명확해진 이후에 급하게 구축하기 어렵다. 특히 과거 시점의 판단 근거를 소급해 정리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그때 가서 대응하겠다”는 전략은 준비가 없는 상태로 규제 환경에 진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법적 리스크뿐 아니라, 공공·대기업 거래 과정에서의 신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AI 기본법은 흔히 오해되는 것처럼 특정 유형의 기업만을 겨냥한 제도가 아니다. ‘AI 기업’과 ‘비(非) AI 기업’을 구분하는 법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 제공자에게 최소한의 관리와 책임을 요구하는 제도에 가깝다.
이 때문에 AI를 일부 기능으로만 활용하는 SaaS 기업일수록, 오히려 제도 변화에 대한 체감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실제 영향은 이러한 기업부터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센터의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완벽한 대응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내부 구조를 점검하기 시작했는지 여부다. 이 출발선에 서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Ⅶ.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
AI 기본법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은 단기간에 완결되는 과제가 아니다. 특히 SaaS 기업의 경우, 서비스 구조와 조직 여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대응 모델을 적용하기 어렵다.
센터에서는 현장 상담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과도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단계적 대응 흐름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래 단계는 규제 대응을 위한 체크리스트라기보다는, AI를 사용하는 SaaS 기업이 자연스럽게 밟아갈 수 있는 순서에 가깝다.
1단계: AI 기능 식별 및 분류
첫 단계는 자사 서비스 안에 어떤 AI 기능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기술 감사나 정밀 분석이 아니라, 서비스 구성 요소를 기능 단위로 다시 바라보는 작업에 가깝다.
서비스 화면에 노출되는 기능뿐 아니라, 추천, 분류, 자동 처리 등 백엔드에서 작동하는 요소까지 포함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외부 AI API나 솔루션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서비스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검토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단계의 목적은 “AI를 얼마나 쓰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논의를 위한 공통 인식을 만드는 데 있다. 내부적으로 AI 기능의 범위를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2단계: 영향성 평가 및 고영향 여부 검토
AI 기능을 식별했다면, 각 기능이 서비스와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간단히 살펴보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해당 기능이 사용자 경험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의 성격이다.
예를 들어 참고용 정보 제공인지, 선택을 유도하는 추천인지, 또는 자동으로 결과를 결정하는 기능인지에 따라 영향성은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고영향 AI 해당성 검토의 출발점이 된다.
고영향 AI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더라도, 그 판단 과정을 간단히라도 정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단계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 향후 설명 가능성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3단계: 운영·책임·문서 체계 구축
영향성 검토가 이루어졌다면, 다음으로는 운영 관점에서의 정리가 필요하다. AI 기본법은 기술보다 운영과 책임 구조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이 단계는 대응 과정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 단계에서는 AI 관련 이슈를 누가 담당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흐름으로 대응하는지를 내부적으로 정리한다. 반드시 전담 조직이나 복잡한 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책임 주체와 기본적인 대응 절차는 명확해야 한다.
또한 이전 단계에서 수행한 기능 목록, 영향성 검토, 판단 결과 등을 간단한 문서 형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이 문서들은 외부 제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부 관리와 사후 대응을 위한 기록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4단계: 고객 고지 및 외부 대응 준비
마지막 단계는 외부와의 접점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AI 기능이 포함된 서비스라면, 이용자에게 어떤 수준까지 설명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약관, 서비스 안내 페이지, FAQ 등 기존에 운영 중인 자료를 기준으로 AI 관련 표현을 점검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정리하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이다. 모든 내용을 새로 작성하기보다는, 현재 구조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이 단계는 규제 대응만을 위한 준비라기보다, 고객 신뢰와 분쟁 예방을 위한 관리 활동에 가깝다. 동시에 공공조달이나 대기업 협업 과정에서 요구될 수 있는 외부 설명 자료의 기초가 된다.
Ⅷ. 결론 – AI 기본법을 경쟁력으로 만드는 방법
AI 기본법은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게는 새로운 부담으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AI를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지 않은 SaaS 기업의 경우,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제도를 ‘언젠가 대응해야 할 규제’로만 받아들이는 경향도 나타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AI 기본법은 특정 유형의 기업을 선별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AI를 사용하는 서비스 전반에 최소한의 관리와 책임 구조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해당 법은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다기보다 기존에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던 운영 요소들을 드러내는 기준에 가깝다.
준비된 SaaS 기업에게 AI 기본법은 부담이 아니라 설명의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 서비스 내 AI 기능을 정리하고, 영향성을 검토하며, 운영과 책임 구조를 내부적으로 정리해 두었다는 사실은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이는 이용자, 공공부문, 대기업 파트너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신뢰의 언어다.
또한 AI 기본법을 계기로 이루어지는 내부 점검 과정은 서비스 운영 품질을 한 단계 정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AI 기능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오류나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고려하는 구조는 단기적인 규제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서비스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법 자체가 아니라, 그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가에 있다. AI 기본법을 단순한 규제로 바라볼 경우 대응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지만, 경영과 운영 품질을 점검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경우 기업 내부에 남는 것은 훨씬 많아진다.
센터의 관점에서 볼 때, 향후 SaaS 기업 간의 차이는 AI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방식을 얼마나 정리된 구조로 관리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분명해질 것이다.
AI 기본법은 그 변화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 제도를 계기로 스스로의 서비스 구조를 점검하고 정리한 기업은, 규제 환경 변화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SaaS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